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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0-20 21:18
[TF이슈]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공소시효 390분 전 체포
 글쓴이 : 공어용
조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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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가 완성됐지만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살인범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만료 직전 '극적 검거' 사건들…수사관 집념과학수사로 성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잘못을 전하면 제 죗값을 빠르게 치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2004년 8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주부를 살해하고 같은 해 강북구 미아동에서 2건의 살인미수를 저지른 이모(54) 씨가 경찰에 보낸 편지 중 일부다. 9명을 살해한 '석촌동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기도 한 그는 무기수로 복역 중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끈질긴 조사로 공소시효 완성을 앞두고 자백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되는 등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의 진범이 연이어 잡히고 있다. 수사기관의 노력과 과학기술 발달이 합쳐진 성과다. 장기 미제사건 해결은 사회 안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전담 수사 인력은 각 지방경찰청마다 10명을 넘기지 못한다.

◆"먼저 죽지 말게, 반드시 잡을 테니"

33년 만에 용의자를 특정한 화성연쇄살인사건 담당 형사였던 하승균 전 총경은 사건 공소시효를 1년 앞두고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범인에게 "나보다 먼저 죽지 말라. 후배들이 반드시 자네를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 전 총경의 정년퇴직 역시 1년 앞둔 때였다.

공소시효를 5일 앞둔 8월 재판에 넘겨진 이씨 역시 '반드시 잡겠다'는 경찰의 집념에 범행을 실토했다. 유력한 용의자 이씨가 지방 교도소에 수감된 걸 안 경찰은 약 8개월 간 옥중 용의자와 편지를 주고받고 직접 찾아가 조사를 벌인 끝에 지난해 11월 검찰에 송치할 수 있었다. 이씨는 공소시효를 5일 앞둔 지난 8월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시효를 앞두고 끈질긴 조사 끝에 살인범을 검거한 사례는 또 있다. 2013년 12월 서울지방경찰청은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50대 여성 신모 씨와 내연남 60대 남성 채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1998년 12월 신씨의 전 남편을 둔기로 살해한 후 차량에 시신을 싣고 2km 아래 돼지축사로 밀어 교통사고로 위장했다. 당시 경찰 역시 타살을 의심했으나 증거를 찾지 못해 수사를 종결했다. 15년이 지난 2013년 9월 경찰은 당시 사건기록을 검토하며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사한 결과 공소시효 완성을 25일 앞둔 시점에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 이들은 이듬해 6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 양천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더팩트DB

◆발전한 과학수사, 가장 확실한 '물증'

과학수사 발달로 공소시효 완성을 앞둔 사건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과거 기술과 장비의 한계로 해결하지 못했던 사건을 발전된 기술로 재수사한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2014년 7월 부산 동래경찰서는 40대 남성 김모 씨를 10년 전 술집에서 업주를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공소시효 10년)로 입건했다. 10년 전 사건현장의 맥주병에서 지문을 발견했지만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해 미궁에 빠진 사건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10년간 데이터베이스와 지속적으로 대조·분석한 결과 김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체포 당시 김씨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경찰이 제시한 지문 감식 결과를 보고 범행을 자백했다.

2007년 8월 경상남도 통영의 한 여관에서 함께 있던 다방 여성 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갈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서 범인의 유전자를 발견했지만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현장의 담배꽁초를 감식해 공소시효 만료 전날 극적으로 검거했다. 검찰 내 비위를 고발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공로로 유명한 이 사건은 2017년 8월 24일 시효 완성 8시간 전에 용의자를 특정했고 경찰의 협력으로 6시간 30분 전 용의자를 긴급체포했다. 체포된 후 6시간 동안 범행을 부인했던 범인은 자신의 유전자 감식 결과물을 보고 혐의를 인정했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이 9월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영화같은 검거' 뒤 수사환경은 척박

일선의 수사관 역시 공소시효 완성을 앞둔 사건 해결에 절박하지만 부족한 인력과 업무환경으로 수사를 이어가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을 비롯해 각 지방경찰청에 꾸려진 미제수사팀의 수사 인력은 2019년 10월 기준 전국 73명이 전부다. 이마저도 서울지방경찰청의 9명이 가장 나은 처지다. 경찰 관계자는 "미제사건은 금방 발생한 사건과 달리 당시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이 이미 은퇴했고 습기 등으로 증거물 보존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미제사건 수사팀도 각 지방경찰청마다 2~9명에 불과한데다 수사 난이도에 비해 특진 등 보상이 뚜렷한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사건 해결을 염원해 제보하시는 분들의 마음에 부응하기 위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관련 제보를 계속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기법이 발달해 옛날에는 포기했던 사건도 증거만 있다면 진범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사기관에서 진실을 규명한다는 건 곧 우리 사회 정의의 구현"이라며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다는 생각을 심어줘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 의지가 위축되는 효과도 있다. 우리 사회 안전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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